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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공학, 방치된 수요공급 불균형
  • 작성자
    정영옥
  • 등록일
    2021-05-17 11:17:22
    조회수
    85

 

[매경의 창] 컴퓨터공학, 방치된 수요공급 불균형

인공지능 열풍으로 전 산업서
컴퓨터 전공 인력 수요 폭발
AI분야만 내년말 1만명 부족
SW인력 부족 中企 살펴보면
정책결정권자 정신 번쩍 들것

  • 입력 : 2021.03.12 00:05: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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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번 학기에 자료구조 과목을 강의한다. 건축으로 치면 건축의 재료와 구조물을 만들고 사용하고 결합하는 법을 배우는 과목이다.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다루는 기초 형성 과목이다. 그 과정에서 컴퓨터과학적 문제 해결에 어울리게 생각하는 방식도 배우게 된다. 필자가 20년 이상 강의해 왔는데 수강생은 주로 컴퓨터공학부와 이공계 학생들이었다. 이런 트렌드가 최근 몇 년 사이 극적으로 변했다. 서울대 거의 모든 전공에서 자료구조를 수강하러 온다.

전공필수 과목들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니 전공 학생들이 수강 신청을 못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학부에서는 전공 학생에게 우선권을 주고 남은 자리에 한해 타과생에게 오픈하는 규정을 급히 만들었다. 이러면 컴퓨터공학적 소양이 필요한 비전공 학생들이 소외된다. 학부에서는 수강 인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수용성을 높이고 있다.

작년 필자의 자료구조는 80명을 정원으로 잡았는데 학생이 몰려 강의실 수용 한도인 120명으로 키웠다. 올해는 대형 강당을 배정받아 150명으로 세팅했다. 그런데도 조기 마감에 추가 신청 문의가 쏟아졌다. 결국 80명을 추가 승인해서 230명이 됐다. 학부 출범 이래 44년간 전공과목 수강 인원이 200명을 넘긴 것은 처음이지 싶다. 이런 대형 강좌는 강의실 사정으로 개설하는 데 한계가 있다. 코로나로 비대면 강의를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대면 강의를 가정해야 한다.

230명 중 우리 학부 학생은 46명이고 나머지는 타과생이다. 전공을 보니 실로 다양하다. 느낌을 전하기 위해 일부 나열해 본다. 자유전공학부, 기계·재료·산업공학을 포함한 공대의 거의 모든 전공, 통계·수리·생명과학을 포함한 자연대의 거의 모든 전공, 경영, 경제, 농생대의 너덧 전공, 화학·체육을 포함한 사범대, 사회, 언론정보, 아시아언어문명, 국어국문, 영어영문, 언어, 국사, 철학, 심리, 미학, 소비자아동, 의류, 작곡…. 거의 전교를 망라한다. 2학기에는 고학년 과목인 알고리즘도 강의하는데 여기도 최근 거의 전교에서 오는 추세다.

이제 컴퓨터공학은 본연의 전공에 더해 수학처럼 서비스 학문의 성격을 더해가고 있다. 조만간 컴퓨터 과목 중 상당수가 문·이과 전체에서 필수 과목으로 지정될 것 같다. 세계적인 추세고 한국 대학들도 이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수학처럼 충분한 교수진과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서비스 학문으로 진입하고 있다.

거의 모든 산업에서 컴퓨터 전공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최근의 인공지능(AI) 열풍이 기름을 부었다. 학부로서는 최대한 복수전공, 부전공을 많이 길러내고 비전공자들에게 과목을 오픈해서 저변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는 작년에 15명 증원되고 이번에 추가로 10명 증원돼 80명을 뽑게 됐다. 타과의 결손 인원을 메운 것이지만, 몇십 년간 꿈쩍 않던 교육부의 철벽이 조금 열렸다는 점에서 큰 변화다. 그렇지만 현실은 500명이라도 부족하다. 인력 수요에 비해 공급이 이렇게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국가적으로 장기간 방치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지난 20년간 대비하지 못한 결과 이미 소프트웨어(SW) 인력은 심각한 고갈 상태다. SW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말까지 AI 분야에서만 1만명이 부족할 것이라 한다.

초·중·고 SW 교육은 시수도 모자랄뿐더러 제대로 가르칠 사람이 태부족인 파행 상태다. 컴퓨터 관련 인력 수요는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 향후 5년간 대학에서 배출할 인원은 정해져 있으니 다가올 5년은 그냥 당하는 수밖에 없다. 심각하다. SW 중심으로의 산업 재편은 가속화할 것이다. 이러다 10년 뒤에 몇십만 명이 모자랄 수도 있다. 입법, 행정 분야의 정책 결정권자들이 SW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나보면 정신이 번쩍 들 것이다.

 

출처: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1/03/235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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